​작년 여름에 방문했던 웨스틴조선호텔 스시조, 미쉐린가이드 2018에 올랐다고 해서 반가웠다. 개인적으로는 아리아보다 스시조가 여러면에서 더 내 스타일이었다. 나는 양보다 질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접시들고 왔다갔다 하기 싫어서인듯!

현대 레드카드 바우처를 써서 다녀왔다. 바우처를 쓰더라도 나에게는 비싼 곳이지만, 예전부터 너무나 가보고싶은 곳이어서 예약을 해서 방문했다. 우리끼리는 나름대로 나의 퇴사를 기념하는 파티라고 합리화했다... 카운터(다찌)로 예약을 했고, 원래 셰프를 지정해서 예약할 수 있어서 조병곤 셰프님으로 지정을 하려고 했었는데 깜빡하고 그냥 자리만 예약했었고, 당일에 이우성 셰프님 자리로 배정을 받았다. 이우성 셰프님도 최고셨다.


카운터 상차림! 스시조 냅킨이 괜히 탐난다. 나는 스시를 먹으러 갔지만 스시 용어는 하나도 모르고 사실 알고싶은 마음도 없어서, 이우성셰프님께 우리는 스시 용어를 모르니 그냥 한국어 용어로 알려달라고 말씀드렸다. 네타와 샤리가 뭔지 알긴하지만, 한국에서 굳이 일본어를 써야하나 싶어서 괜히 거부감이 들기도 하고 오그라들어서 그 말을 쓰지는 않는다. 그냥 밥은 조금만 쥐어주세요. 라고 이야기하면 되니까?


스시조를 방문하기 전에 다른 블로그들을 검색해봤는데 이 상차림을 올리면서 다꾸앙 다꾸앙 이라고 포스팅하셔서 우리 할머니가 항상 단무지를 다꽝이라고 말하셨던 게 생각났다. 저 왼쪽에 보이는 두툼한 단무지 하나가 1,300원이라고 한다. 셰프님이 단무지를 따로 사가시는 분들도 계시다며, 많이 드시고 가세요! 라고 말씀하셨다. 남편은 10개도 훨씬 넘게 먹은 것 같다. 

우리는 샴페인 콜키지를 할거라 샴페인 잔이 놓여져있다. 스시와 샴페인이라니♥


게살과 새우살이 들어간 계란찜, 정말 부드럽고 달달하고 정말 맛있게 잘 먹었다. 


전복술찜, 전복이 정말 크고, 부드러웠다. 처음 먹어보는 듯한 맛이었는데 아마도 특유의 향 때문에 그런 것 같다. 정종 향이 나는 것 같기도 했는데 정말 부드럽고 쫄깃하고 맛있었다.


우리가 가져간 샴페인은 파이퍼하이직 뀌베 브뤼(Piper Heidsieck, Cuvee Brut)

마릴린먼로가 아침에 마신대서 마릴린먼로의 샴페인으로 유명해진 샴페인이다. 마침 집에 이게 있어서 가져왔는데 가져오길 정말 잘한 것 같았다. 물론 콜키지 비용은 사악하지만, 스시와 정말 잘 어울리는 느낌이었다. 향도 너무 좋았고, 딱 내가 좋아하는 산도, 당도였다. 칠링되는데 시간이 좀 걸려서 중간부터 마셔야했지만, 샴페인은 적당한 칠링이 너무나 중요하니까 차가워질때까지 참고 참았다. 직원분께서 딱 알맞은 온도에 적절하게 따라주셨다. 굳굳


이제 스시가 시작된다. 시작은 줄무늬 전갱이부터, 쫄깃쫄깃 맛있었다. 나는 개인적으로 붉은살 생선보다는 흰살 생선을 좋아해서 이런 류의 회가 올라간 스시가 너무 좋다. 반대로 참치는 맛을 잘 모르겠다... 참알못


이건 광어에 쪽파같은 것을 넣고 불로 살짝 그을린 초밥! 야부리했다. 라고도 한다. 간장은 셰프님이 직접 찍어서 간을 다 해주시기 때문에 간이 모자랄 경우에 개인적으로 올려먹으면 된다. 남편이 두번째 스시를 먹다가 밥이 너무 맛있다고 셰프님께 말했더니 고성쌀이라고 말씀해주셨다. 재료도 좋고 밥을 짓는 솜씨도 좋아야 이렇게 고슬고슬하고 맛있는 밥이 될 것 같다. 갑자기 추억의 만화, 미스터 초밥왕이 생각난다.


이건 금눈돔이었는데 내 입에 이게 제일 제일 맛있었다. 나는 참치보다 돔이 훨씬 잘 맞는 것 같다.


다음으로 나온 무늬오징어, 진득한 맛이 있다. 남편은 이런 진득한 맛을 싫어한다. 오징어나 생새우 같은 것에서 나는 맛과 질감이 싫다고 한다. 나는 이런 게 너무나 조음.... 한치, 갑오징어, 생새우, 꽃새우 채고야


갑자기 구이타임. 이건 금태를 구운 금태구이이다. 위에 있는 것은 무를 갈아놓은 것에 소스를 올린 것인데 라임을 짜서 금태와 같이 먹으면 된다. 이 금태가 정말 맛있었다 겉은 아주 바삭하고 살은 아주 촉촉한 것이 정말로 맛있었다. 


백합탕, 역시 시원했다.


참치, 붉은 생선을 좋아하지 않는데도 비리지 않고 느끼하지 않고 그냥 입에서 살살 녹는 맛이었다. 역시 스시조인가,,,  오마카세와 스시는 잘 모르지만, 다른 오마카세와는 정말 달랐다,,


성게알, 말이 필요없는 재료다. 부드럽고 고소하고 바다향이 훅 들어오는 맛이다. 비린 것을 싫어하면 처음에는 싫을 수도 있을 것 같은데 한번 맛에 빠지기 시작하면 끝도 없는 게 바로 이 성게알인 듯 하다. 성게알에 또 샴페인이 잘어울리지. 물론 소주도 잘 어울리는 것 같다.

거의 10년 전쯤... 토플학원에 다닐 때 일본에서 공부하다 온 오빠가 있었는데 그 오빠가 나 포함 여자동생들 세명을 데리고 초밥집에 데려간 적이 있다. 아직까지 기억에 남는 게 있는데, 그 오빠가 본인을 과시하려고 했던건지, 정말 순수한 마음으로 물어봤던 건지는 모르겠지만, 어느 초밥집에 들어가자마자 '여기 우니 있어요?' 라고 물어봤는데, 그 초밥집에 어느 누구도 우니가 뭔지 알지 못했다. 물론 나도 그 당시에는 우니가 뭔지 전혀 몰랐었다. 초밥을 만드는 사람이 일본어를 꼭 알아야하는 것은 아니지만, 아무래도 일본음식이다보니 식재료가 일본어인 것에 익숙해질만도 한데, 조금 어리둥절했던 기억이 있다. 그래서 그 이후로 우니가 무엇인지 확실히 알게 되었다.

  

이건 성게알을 찐 것을 뭉쳐서 주신 것이다. 원래 나오는 피스는 아닌 것 같은데, 셰프님께서 성게알 찐 것도 맛있다며 맛보라고 꺼내주셨다. 이건 게살과 게 내장을 섞어놓은 듯한 진한 맛이었다. 귀한 걸 팍팍 주셔서 좋았다. 그리고 셰프님이 마침 남편과 같은 취미를 즐기시는 분이시고, 워낙 말씀도 잘하셔서 먹는 내내 유쾌했다.


이건 간장에 절여놓은 참치인데, 내 입맛에는 별로였다. 이것만 별로.... 원래 참치도 별로 안좋아하는데다가 나에게는 좀 짜서 그랬던 것 같다. 남편은 잘 먹었던 것 같다.


이건 자리돔... 아 돔은 역시 맛있다. 


이건 돗대기새우? 돗대기새우를 뭉친 초밥이다. 이 새우는 ... 정확한 수심이 기억이 안나지만 엄청나게 깊은 바다에 사는 새우라고 했다. 그래서 그런지 더 달콤하고 쫀득쫀득한 느낌? 


가리비 구이에 김... 아 존맛탱! 너무 쫄깃쫄깃하고 맛있었다.


얘네는 뭐였는지 생각이 잘 안나는데, 살아있는 새우였다. 살아있는채로 앞에서 손질하셨다... ㅜㅜ


참치뱃살, 나는 참치를 안좋아한다고 셰프님께도 말씀드렸는데, 자신있게 한번 먹어보라고 하셔서 먹어봤다. 아~ 사람들이 참치가 입에서 녹는다고 하는 말이 이런 거였구나.. 라고 깨닫게 되었던 참치뱃살이었다. 마치 소고기같네


이건 멸치튀김이다. 치킨맛이 났다. 맛있었다.


이건 아까 그 새우를 손질해서 만든 새우초밥! 생새우답게 쫀득쫀득 진득한 맛과 달콤한 맛이 참 좋았다.


그 새우의 머리를 튀겨서 주셨다. 새우머리도 이렇게 딱 큰 접시에 놓으니 고급스러운 요리같네. 새우머리 튀김은 언제나 맛있다. 주문진에서 먹었던 꽃새우 머리튀김이 생각난다.


이건 고등어인데, 스시조에서 가장 유명한 초밥이라고도 불린다. 나는 등푸른생선에 대한 거부감이 있어서 먹을까 말까 고민하다가 스시조가 고등어를 잘한다기에 한번 먹어보았는데, 정말 맛있었다. 고소하고 기름진 맛인데 비리지 않아서 정말 잘 먹었다. 이렇게 맛있게 잘 먹은 기억때문에 다른 곳에서 '사바스시'라 하는 고등어초밥을 먹었는데 진짜 먹자마자 뱉었다. 스시조가 고등어초밥을 잘하긴 잘하는 가보다.


연어알, 나는 연어알도 안좋아해서 이것도 안먹으려고 했는데, 셰프님께서 오늘 연어알 정말 싱싱하다고 권해주셨다. 그러고보니 나는 해산물 중에는 가리는 게 조금 있다. 다른 음식은 잘 가리지 않는데, 비린 것에 대한 공포가 좀 있어서 그런지 몇몇 식재료 중 기억이 안좋았던 것들은 굳이 먹으려하지 않는다. 연어알도 그런 식재료 중에 하나였는데 이것도 셰프님을 믿고 한번 먹어보았다.


연어알, 샴페인, 녹차 이 셋의 색감이 너무 예뻐서 찍어보았다. 초점은 좀 나갔지만, 알록달록 예쁘다. 연어알도 비리지 않고, 내 머릿속에 있던 그 연어알과는 다르게 톡톡 터지는 식감도 좋았고 참 맛있게 잘 먹었다.


이건 장어, 왼쪽은 간장소스고 오른쪽은 소금간을 한 것이다. 내 입에 조금 달긴 했지만 정말 맛있게 먹었다. 여기 장어도 맛있기로 굉장히 유명하다. 


오마카세의 끝을 알리는 계란말이! 카스테라같고 촉촉하다고 해서 정말 기대 많이 했는데, 맛있긴 했지만 그 기대와는 조금 다른 맛이었다. 아주 달달한 계란말이 느낌이었다.


마지막으로 뜨끈한 녹차를 마셔주고,


디저트로는 스시조의 시그니처인 녹차모나카아이스크림을 먹었다. 아이스크림도 녹챠항이 너무 좋고 맛있었는데 겉에 모나카가 정말 바삭하고 너무 맛있었다. 

스시조는 오마카세 중에는 거의 최고로 꼽히는 곳인만큼, 분위기도 차분하니 좋았고, 셰프님들도 젠틀하게 설명을 참 잘해주셨다. 덕분에 제대로 대접받는 느낌이 나서 좋았다. 

스시조 런치 1인 가격은 17만 5천원이었고, 와인 콜키지는 1병당 5만원이었다. 우린 여기에 레드카드 바우처로 15만원을 썼다.

다음에 또 가고싶다. 이번 주 로또 당첨되었으면 좋겠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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